[스크랩]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인생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마태오 19장 13-15절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인생
밭에서 돌아오는 길목에 맑고 깊은 강줄기들을 만납니다.
본격적인 혹서가 시작되면서 자리가 좀 괜찮다 싶은 장소에는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피서객들을 바라볼 때 마다 느끼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주로 시원한 평상에 앉아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어떤 아버지는 땀을 뻘뻘 흘리며 삼겹살을 굽습니다.
어떤 어머니는 먹음직스런 토종닭을 앞에 놓고 열심히 작업 중입니다.
어떤 어르신들은 지나친 음주로 인해 목소리 톤이 많이 높아져 있습니다.
다들 나름대로 휴가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휴가를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어린이들입니다.
어른들은 이제 놀만큼 놀았으니 집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아이들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도 시간가는 줄도 모릅니다.
어른들은 얕은 물가에서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하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온 몸과 마음이 물놀이에 쏙 빠져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지닌 특징 중에 하나는 놀 줄 아는 것입니다.
즐길 줄 아는 것입니다. 행복해할 줄 아는 것입니다.
사실 삶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 여기저기에는 숱한 행복거리들이 보물찾기 종이처럼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마음을 바꿔먹는다면 세상은 온통 장밋빛입니다.
우리들이 그냥 지나치는 하루하루는 사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행복충전소입니다.
가끔씩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계십니다.
“이렇게 괴로운 상황에서 기뻐하라고?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이런 삶에서 도대체 뭘 기대할 수 있겠어?
세상은 늘 나를 기만해왔어.
사람들은 늘 나를 이용하려고만 해.
이런 상태에서 행복하라구?
내 입장이 한번 되어보라구!”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절망의 나락에 떨어진 상태에서, 앞이 캄캄한 상태에서,
모든 것이 뒤틀어지고 꼬인 인생길에서 기뻐하고 행복해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활짝 펴야 합니다.
웃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에만 희망을 걸고 살아가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에만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누구보다도 가련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코린토 전서 15장 19절 참조)
하느님의 영광은 생기 있는 인간입니다.
오늘 우리의 나날이 때로 피곤에 찌들고, 고통에 짓눌린다 하더라도
아침이면 아침마다 힘을 내셔야 합니다.
다리에 힘을 주고 힘차게 일어서야 억지로라도 힘을 내서 걸어가야 합니다.
역경 중에도 기뻐하는 것,
그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신앙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다양한 시련의 한 가운데서도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얼굴로 자비 충만한 하느님의 얼굴을 바라보길 바랍니다.
인생의 심한 풍랑 앞에서도 조금도 동요되지 않는 마음의 평화는
성령께서 주시는 선물인데,
특별히 어린이와 같이 단순하고 소박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그러나 평화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리가 해내야 할 몫이 있습니다.
근심, 걱정, 고뇌, 유혹, 마음의 메마름, 흔들림 앞에 직면할 때 마다
하느님을 더욱 사랑하기 위한 기회로 삼는 노력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