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부활 팔일 축제 내 목요일 - 땡잡은 사람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부활 팔일 축제 내 목요일
-루카 24, 35-48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땡잡은 사람들
과거 의료수준이 많이 낙후되어있던 시절, 의료사고가 꽤 많았습니다. 오진도 많았습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던 한 형제가 생각납니다.
무엇보다도 두려웠습니다.
아직 때가 아닌데, 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한다는 것이 그렇게 불안했습니다.
현실을 도저히 인정하기 힘들었지만, 한없이 슬펐고 또 아쉬웠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슬슬 증상이 나타나야 되는 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생활하는데 별 지장도 없었습니다.
의아하게 생각하던 끝에 당시 제일 큰 병원으로 가서 재검사를 받았습니다.
오진임이 드러났습니다.
지속적인 과로와 소화불량으로 인한 탈진상태였으며,
몇 달간 잘 쉬었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노라고,
앞으로 건강관리 잘 하라는 말을 듣고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그 형제, 당시 엄청 화가 났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몇 달 뒤에 죽겠다고 선고를 내렸는데, 그래서 죽음의 강을 건너가기 시작했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살겠다는 말을 들으니 얼마나 행복했겠습니까?
예수님의 죽음을 목격했던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승께서 그리도 무참하게 죽임을 당하시고, 더 이상 이 세상에 안 계시는데,
이제 영영 작별이로구나, 곧 우리도 같은 처지가 되겠구나,
이제 우리 인생도 여기서 종 쳤구나 했었는데...
그분께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그냥 살아나신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살아나셨습니다.
적당히 살아나신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부활하셨습니다.
이를 확증시켜주시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손발과 발을 제자들에게 보여주십니다.
제자들에게 먹을 것을 청하시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생선 한 토막을 잡수십니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 앞에 제자들은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얼마나 행복했겠습니까?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얼마간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더 들고, 병들고, 그렇게 끝이려니 생각했었는데,
또 다른 생이 있다니, 이 얼마나 큰 기쁨입니까?
이 얼마나 큰 축복입니까?
우리가 아직 예수님을 믿지 않았을 때,
이번 세상이 지나가면 모든 것이 끝나려니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늘 불안하게 살아갔었는데,
예수님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우리 인생의 바다 저 건너편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죽음 끝에 더 행복한 삶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 덕분에 ‘땡’잡은 사람들입니다.
정녕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로또복권에 당첨된 사람들보다 훨씬 더 행운아들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예수님의 부활 때문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