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스크랩]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 - 약한 사람이 되십시오!

maria4759 2016. 10. 2. 11:24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



약한 사람이 되십시오!


로마에 올 때 마다 빼놓지 않고 꼭 들르는 장소가 있습니다.

로마 떼르미니 역 뒤쪽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입니다.


기원후 325년 당시 리베리우스 교황님 시절, 교황님 꿈에 성모님께서 나타나셔서

눈이 내리는 자리에 대성전을 지으라는 당부를 하셨는데,

그해 8월 실제로 눈이 내렸다는 전설을 품은 매력적인 대성당입니다.


로마에 도착한 저는 이번에도 홀로 고즈넉하게 한 끼를 때우려고

바에서 파니니 한쪽과 생수 한 병을 사서 대성당 맞은 편 계단에 앉았습니다.


야심차게 막 한 입을 무는 순간,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우르르 나타나서 제 좌우로 앉았습니다.

그들 역시 양손에는 아마도 무료급식소에서 배급받은 듯한 빵 한쪽, 음료수 한 병이 들려있었습니다.


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앉아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 유명한 난민들이었습니다.

갖은 우여곡절과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 끝에 입국했지만

물설고 낯설은 이국땅에서 직면하게 되는 것은 철저한 소외감이요 차별대우였습니다.

하루에도 골백번씩 꿈속에도 그리운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참혹한 대 학살극이 벌어지는 고국은 최소한의 기대마저 저버리게 만듭니다.

한번 살아보려고 발버둥치지만 그럴수록 더욱 고립감은 커져만 갑니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난민들, 이주민들, 다문화 가족들이 겪는 고충들이

손에 잡힐 듯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학자들은 이 시대 난민들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

국제이주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현제 전 세계적으로 이주자는 약 10억 명에 이른답니다.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 7명 가운데 한명은 이주자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주’는 이 시대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인 것입니다.

그러니 이주민들을 삐딱하거나 특별하게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부터 바로잡아야겠습니다.

난민을 불쌍한 사람, 우리 사회에 부담만 주는 사람이라는 편견도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더 나은 삶, 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이주의 역사였습니다.

난민들은 생명과 자유, 인간다운 삶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은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난민들은 어제의 우리였고, 어쩌면 미래의 우리들입니다.

이런 면에서 빈첸시오 드 폴 신부님이 지니셨던 삶의 태도는 참으로 눈여겨볼만합니다.

그의 인생 여정도 참으로 기구했습니다.

어쩌다보니 그는 어느 순간 인생이 꼬여 노예선에서 노를 젓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구사일생으로 노예선에서 탈출한 그는 그 비참했던 시절을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후에 사제가 된 그는 길을 걸어가다가도 누군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한번은 빈첸시오 신부님이 노예선의 지도 신부로 사목하실 때의 일이었습니다.

발목과 팔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정신없이 노를 젓는 죄수들의 모습은

빈첸시오 신부님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습니다.


죄수들의 생활상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쇠사슬에 닿은 피부는 벗겨져 항상 피가 흘렀습니다.

그들의 어깨와 등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채찍 자국들이 굵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마에는 죄수임을 표시하는 쇠도장이 찍혀있었습니다.

자신도 직접 몸으로 노예생활을 체험하셨던 빈첸시오 신부님이셨기에

그런 죄수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신부님은 잔인무도한 간수들을 타일러 매질을 못하게 했었고,

죄수들 앞에 무릎을 꿇어 그들의 상처를 일일이 치료해주었습니다.

오늘 하루 온 종일 우리들의 내면에 자비의 목자 빈첸시오 신부님의 말씀이

오래도록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형제들이여, 이 약한 사람들에게 가십시오.

그들과 함께 약한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 안에서 그들의 연약함을 느끼십시오.

그들의 비참함을 서로 나누십시오.


이 약한 사람, 힘없는 사람을 짊어지십시오.

그러면 이 약한 사람, 힘없는 사람은 틀림없이 여러분을 짊어지고

하늘나라로 올라갈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



      출처 : 가톨릭 사랑방
      글쓴이 : 수풀孝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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