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스크랩] 추기경의 눈물

maria4759 2014. 4. 10. 18:45

 

 

    김수환 추기경님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             
    추기경의 눈물                 

           


    
             '황우석 사건' 보니 자괴의 눈물이...  
           난 눈물이 마른 남자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2005년 12월 중순이었다. 성탄절을 앞두고 평화신문과 대담을 하는 자리
           에서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 세포 진위 논란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다 그
           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훔치는 사진이 일
           간지에도 실려 좀 당황스러웠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배아줄기 세포 연구 논문의 조작 증거가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자 '황우석 신드롬'에 사로잡힌 국민들은 정신적 공황
    태가 됐다. 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면서도 황 교수의 연구 성과
            에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사실이 아니기를….'하고 바라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나 역시 참담한 심정이었다. 한 생명공학자의 연구 성과가 전 세계를 흥분
            케 하고, 그로 인해 그 과학자는 국민영웅이 됐는데 모든 게 거짓이라니…. 
            세계인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 때 흘린 눈물은 자괴(自愧)의 눈물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가슴 아파 한 것은 우리 사회의 진실성 결여다. 그 사건은 
            과학자의 윤리문제로 국한해서는 안 되고 총체적 사회구조의 문제로 봐
            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난 수십 년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
            해 매진하는 동안 '정직'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잃어 버렸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결과만 내놓으면 탈법과 눈가림은 오히려 무용담이 되
            는 게 사회 풍조다. 그래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수많은 사람
            이 목숨을 잃었다. 이익을 위해 서라면 어떠한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심지
            어 고귀한 생명까지 짓밟는다. 어쩌다 위법사실이 들통나면 잘못을 반성하
            기는커녕 말을 바꾸고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우리나라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빨리빨리 성과를 내는 덕분에 경제적으
           로 풍요로워진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정직이 사라진 사회, 인간 생명을 지
           키지 못하는 사회에서 경제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마태 16, 26-27)
           고 물으셨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천연자원이 풍부한 땅 대신 좋은 머리를 주셨다. 미국 
           한인사회를 방문하면 "올해 이쪽 고등학교 최우수 성적 졸업생이 한국인
           이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일본 유학시절에도 한국인 학생들이 
           대부분 반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문제는 좋은 머리를 좋게 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요즘 신문방송을 보면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사기수법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 
           얘기가 수도 없이 나온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신뢰와 정직이다. 우리나라 제품 품질이 많
            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일제(日製, Made in 
            Japan)라면 신뢰하고, 국산(國産)이라면 믿지를 못했다. 일제 품질은 기술
            력 이전에 그 나라 국민들의 우직하고 정직한 심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고로 우직한 사람은 빠르지는 못해도 정직하다.
            난 일본과 독일에서 공부한 덕분에 그 나라 국민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
            다. 독일인들은 질서의식이 투철하고 매사 철두철미하다. 하다못해 한밤 
            중에도 교통신호를 철저하게 지킨다.
            독일에서 한국인 신부가 운전하는 승용차 뒷좌석에 타고 어딜 간 적이 있
            다. 그 신부가 한밤 중 텅 빈 사거리에서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건넜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신호등 앞에 서자 뒤따라 오던 차 운전자가 우리 앞
            으로 오더니 "당신들은 왜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느냐"고 따끔하게 지적했
            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독일 제품이 인정 받고, 두 나라가 전후 잿더미 속에서 경제대국으
            로 성장한 비결은 다른 데에 있지 않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정직한 자세다. 인간 관계이건 국가 관계이건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머리 좋은 우리국민들이 좀 더 정직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계 속>
              [평화신문, 제736호(2003년 8월 10일),김원철 기자]
              [편집 : 원 요아킴]
    

    ☆ 감싸 안을 수 없는 것을 감싸 안는 것이 ☆
      반케이 선사에게는 전국에서 몰려든 문하생들이 많았다. 그런데 문하생 중에는 물건을 훔치다가 현장에서 잡힌 도둑도 있었다. 모두가 그 도둑을 쫓아내자고 했으나 그럴 때마다 반케이 선사는 거절하였다. 그런데 얼마 후 또다시 도난 사고가 생겼다. 범인을 추적한 결과 역시 전에 그 사람이 범인임이 밝혀졌다. 다시 선사의 많은 제자는 그를 내쫓아야 한다고 했다. 항의는 예전보다 더 강력하여 만약에 도둑을 내쫓지 않으면 자신들이 모두 나가겠다고 했다. 반케이 선사는 제자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문하생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이자 반케이 선사가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희는 공부도 잘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다. 또한, 옳고 그른 것을 잘 분별하기 때문에 이 절을 떠나 어느 세상에 가서 살더라도 잘못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모르는 이 녀석은 너희와는 다르게 여기서 쫓겨나면 어디서도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 따라서 너희가 모두 이 절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난 이 녀석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잘난 사람은 누구나 감싸 안을 수 있다. 못난 사람을 감싸 안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잘난 사람들과 함께 못난 사람을 욕하기보다 못난 사람을 감싸 주는 값진 희생이 그립다. 못난 사람 때문에 오해받고, 비난받고, 상처받더라도 뜨거운 불에 단련된 쇠가 강철이 되듯, 상처받은 조개가 진주를 만들 듯 묵묵히 감싸 안고 강철을, 진주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모두의 만남이 하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짓누르는 먹구름 낀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 주어 모두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만남이었으면 좋겠다. 내 생각과 달라도 이해와 배려를 해 주고 부족함이 있어도 따돌리지 않으며 감싸 안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사랑의 크기만큼 그의 사랑이 같아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으며, 받아서 채워지는 사랑보다는 주면서 채워지는 사랑, 그런 사랑의 크기를 키워 가는 만남이었으면 좋겠다.

        출처 : 그래도 밤이어라 Aunque Es De Noche
        글쓴이 : 장미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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