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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건' 보니 자괴의 눈물이... 난 눈물이 마른 남자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2005년 12월 중순이었다. 성탄절을 앞두고 평화신문과 대담을 하는 자리 에서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 세포 진위 논란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다 그 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훔치는 사진이 일 간지에도 실려 좀 당황스러웠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배아줄기 세포 연구 논문의 조작 증거가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자 '황우석 신드롬'에 사로잡힌 국민들은 정신적 공황 상태가 됐다. 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면서도 황 교수의 연구 성과 에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사실이 아니기를….'하고 바라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나 역시 참담한 심정이었다. 한 생명공학자의 연구 성과가 전 세계를 흥분 케 하고, 그로 인해 그 과학자는 국민영웅이 됐는데 모든 게 거짓이라니…. 세계인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 때 흘린 눈물은 자괴(自愧)의 눈물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가슴 아파 한 것은 우리 사회의 진실성 결여다. 그 사건은 과학자의 윤리문제로 국한해서는 안 되고 총체적 사회구조의 문제로 봐 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난 수십 년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 해 매진하는 동안 '정직'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잃어 버렸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결과만 내놓으면 탈법과 눈가림은 오히려 무용담이 되 는 게 사회 풍조다. 그래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수많은 사람 이 목숨을 잃었다. 이익을 위해 서라면 어떠한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심지 어 고귀한 생명까지 짓밟는다. 어쩌다 위법사실이 들통나면 잘못을 반성하 기는커녕 말을 바꾸고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우리나라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빨리빨리 성과를 내는 덕분에 경제적으 로 풍요로워진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정직이 사라진 사회, 인간 생명을 지 키지 못하는 사회에서 경제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마태 16, 26-27) 고 물으셨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천연자원이 풍부한 땅 대신 좋은 머리를 주셨다. 미국 한인사회를 방문하면 "올해 이쪽 고등학교 최우수 성적 졸업생이 한국인 이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일본 유학시절에도 한국인 학생들이 대부분 반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문제는 좋은 머리를 좋게 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요즘 신문방송을 보면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사기수법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 얘기가 수도 없이 나온다.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신뢰와 정직이다. 우리나라 제품 품질이 많 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일제(日製, Made in Japan)라면 신뢰하고, 국산(國産)이라면 믿지를 못했다. 일제 품질은 기술 력 이전에 그 나라 국민들의 우직하고 정직한 심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고로 우직한 사람은 빠르지는 못해도 정직하다. 난 일본과 독일에서 공부한 덕분에 그 나라 국민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 다. 독일인들은 질서의식이 투철하고 매사 철두철미하다. 하다못해 한밤 중에도 교통신호를 철저하게 지킨다. 독일에서 한국인 신부가 운전하는 승용차 뒷좌석에 타고 어딜 간 적이 있 다. 그 신부가 한밤 중 텅 빈 사거리에서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건넜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신호등 앞에 서자 뒤따라 오던 차 운전자가 우리 앞 으로 오더니 "당신들은 왜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느냐"고 따끔하게 지적했 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독일 제품이 인정 받고, 두 나라가 전후 잿더미 속에서 경제대국으 로 성장한 비결은 다른 데에 있지 않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정직한 자세다. 인간 관계이건 국가 관계이건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머리 좋은 우리국민들이 좀 더 정직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계 속> [평화신문, 제736호(2003년 8월 10일),김원철 기자] [편집 : 원 요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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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그래도 밤이어라 Aunque Es De Noche
글쓴이 : 장미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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