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연중 제1주간 금요일
마르코 2장 1-12절
홀로가 아니라 함께
새내기 수사님들도 우리 지난 역사를 소상히 알 필요가 있겠다 싶어,
영화 ‘1987’을 단체로 관람하고 왔습니다.
영화 배경과 동시대를 살아온 저는 참혹하고 가슴아픈 당시 상황 하나 하나가 복기되어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불과 30년전 일이라는 것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부당한 정권의 연장 의지와 맹목적인 반공 이데올로기가 만나,
채 피어나지도 않은 우리 청춘들을 무참히 짓밟는 과정을 다시금 돌아보며
다시 한번 치를 떨어야했습니다.
그 가해자들과 끄나풀들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제대로 된 사죄도 없이,
저리도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또한 서글펐습니다.
참으로 기억하기 싫은 단어들이-땡전뉴스, 보도지침, 언론탄압, 대공수사,
최류탄, 남영동, 구타, 협박, 전기고문, 물고문-아스라히 떠올랐습니다.
여차하면 끌려가고, 여차하면 고문당하던 서슬퍼런 독재 시대,
사람답게 사는 세상, 민주화 시대를 열기위해 목숨까지 내던졌던 많은 사람들,
특히 소시민들의 노력이 영화 안에 잘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특별하다고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주인공인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 사람이 주인공인가 하면, 또 다른 인물이 바통을 이어받습니다.
결국 제작자가 의도하는 바를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한 두사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익명의 주인공들,
이 땅의 수많은 깨어 있던 청춘들과 소시민들이 함께 거대한 물줄기에 합류해 이루어낸
멋진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의식있고 양심있는 검사, 기자, 교도관, 종교인,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의
응원과 격려를 통해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영화 1987’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아직도 건재한 세를 이어가는 등,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땅 위에 전세계가 놀랄만큼 성숙한 민주시민사회가 세워진 것은
순전히 그분들 덕분입니다.
청춘과 젊음, 사랑도 목숨도 남김없이 바친 그분들 말입니다.
카파르나움에 도착하신 예수님께서 한 집에 들어가 앉으시고,
그 소문이 퍼지자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그야말로 문전성시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던지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소문을 듣고 중풍 병자 가족들도 환자를 들것에 실어 예수님께 데리고 왔습니다만,
도저히 몰려든 군중들로 인해 도저히 그분께 가까이 데리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머리를 맞댄 가족들은 묘안을 하나 짜냈습니다.
일단 지붕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분께서 앉아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겨 냈습니다.
이어서 구멍을 내고 조심조심 중풍병자를 예수님 앉아계신 자리로 내려보냈습니다.
참으로 기묘한 발상이요, 어찌 생각해보면 예의가 아닌 처사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중풍 병자 가족의 그 간절함과 지극정성,
병자를 향한 애틋한 사랑을 높이 평가하시고는 그 자리에서 치유의 은총을 베푸셨습니다.
홀로 집에 누워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는 중풍 병자의 처지를
가련히 여긴 식구들의 마음,
그에게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를 한번 만나게 해주고 싶은 간절한 심정,
그를 살리고 싶은 열정이 즉각적인 치유와 구원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홀로가 아니라 함께 이땅의 민주화를 이뤄냈듯이,
구원에 있어서도 홀로가 아니라 함께가 중요합니다.
네 사람이 합심해서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중풍 병자를 예수님 앞으로 데리고 온 결과가
한 존재의 전격적인 치유요 구원이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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