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사순 제1주일
복음 : 마르코 1,12-15
달콤한 유혹
세월이 흐르면 좀 덜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유혹거리들은 왜 그리도 많아지고,
또 그 강도가 더해 가는지 놀랄 지경입니다.
'좀 들러 즐기다 가라'는 곳은 얼마나 많은지요.
'여기야말로 죽여주는 곳, 지상의 천국'이라고 손짓하는 곳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렇듯이 우리 일상은 꼭두새벽부터 늦은 밤 되기에 이르도록 하루 온종일 유혹의 연속입니다.
제게 있어 크게 다가오는 유혹들은 어떤 것인가 살펴봤습니다.
야행성인 관계로 새벽에 약한 저이기에 '몸 상태가 천근만근이고,
또 어제 늦게까지 일했으니 오늘 새벽은 푹 좀 자자. 미사, 기도는 나중에 하지'하는 유혹은
제게 있어 가장 큰 유혹입니다.
성당에서 식당으로 가는 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욕도 없는데 밥은 무슨 밥!'하며 그냥 방으로 들어가고픈 유혹도 큽니다.
컴퓨터를 켜면 여기저기 현란한 색조, 강렬한 문구로 시선을 끌면서
'한번 클릭해보라'는 유혹도 큰 유혹입니다.
'어느 저수지에 가니 토종붕어가 우글거린다던데'라는 유혹 앞에서는 맥을 못 춥니다.
'이곳은 교통 경찰관도 없는 곳이고, 남들이 다 불법으로 유턴하는데, 괜찮아!'하는 종류의 유혹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외에도 숱하게 많은 유혹거리들이 강렬한 몸짓으로 나약한 우리들 시선을
시시각각으로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지나온 순간순간 돌아보니 삶의 모든 국면이 다 유혹과 연결된 순간들입니다.
때로 유혹이란 그 맛이 너무나 감미롭습니다.
또 아주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래서 유혹은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올렸던 탑을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트립니다.
결국 유혹의 끝자락에는 항상 강한 허탈감, 심한 공허함만이 우리를 비웃습니다.
오랜 침묵의 세월을 보내신 예수님께서는 본격적인 공생활에 앞서 광야로 나가십니다.
사십일 간의 황량한 광야 생활 중에 예수님께서도 사탄의 유혹을 받으십니다.
그 예수님은 우리와 똑같은 인성을 지니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인간적 한계와 나약함을 지니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주겠다'는 둥 사탄의 유혹은 감미롭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지극히 겸손하신 예수님이셨기에,
언제나 자기중심적 삶을 탈피해서 하느님 중심적 삶을 추구하셨기에,
나자렛에서 오랜 수행생활로 내공을 든든히 쌓으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사탄의 강렬한 유혹을 의연히, 그리고 단호하게 물리치십니다.
또 다시 사순절입니다.
유혹도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나이나 위치에 상관없이, 신앙인으로서 연륜에 상관없이
폭풍처럼 강렬하게 우리를 자극하는 유혹입니다.
환한 얼굴로 고백소를 나오지만, 사흘이 지나지 않아 우리는 또 다시 똑같은 잘못으로
가슴을 칩니다. 철저한 비참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이번 사순절, 예수님처럼 하느님 아버지와 굳은 결속을 바탕으로, 겸손하고 열렬한 기도를 바탕으로
단호하게 모든 유혹에 맞서는 승리의 나날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막의 교부이자 모든 수도자들의 모범인 안토니오 아빠스 성인(聖人) 역시
셀 수도 없이 많은 사탄의 유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겸손하고 열정적 기도로 그 많은 유혹의 손길들을 물리치고
주님께서 제시하신 그 좁은 길을 의연히 걸어가셨지요.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안토니오에게 있어 하느님 이외의 것들은 다 부차적인 것, 큰 의미가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자신을 찾아오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떠받들었지만 거기에 조금도 연연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겸손했던 안토니오였기에 유혹 앞에 담대할 수 있었습니다.
안토니오의 주옥같은 권고 말씀이 이번 한주 우리들 삶의 영적 양식이 되길 바랍니다.
"매일 죽을 것처럼 산다면 죄를 짓지 않을 것입니다.
날마다 일어나면서 저녁때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녁에 잘 때면 아침까지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우리 생명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우리 목숨은 하루하루 주님 손길에 맡겨져 있습니다."
"물고기가 마른 땅에 머물러 있으면 죽듯이 수도자들이 세상에 오래 머물게 되면
정신이 해이해집니다.
그러니 우리 수도자들은 물고기가 바다로 돌아가듯이 끊임없이 사막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의 영적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 부단히 산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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