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스크랩]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2016,9,29 목요일 - 15분 동안이나!

maria4759 2016. 10. 2. 11:26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15분 동안이나!

 

 

사는 게 바빠 하루 단 15분도 주님을 생각하지 못하고 지내는 날이 수두룩한데,

오늘 제가 찾아 나선 분은 이런 말씀을 남기셨더군요.


“큰 일 났습니다. 오늘 저는 하루 동안 15분이나 주님을 생각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돈 보스코와 함께 살레시오 수녀회를 공동창립하신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 성녀(聖女)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성녀의 말씀에 얼마나 부끄럽던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토리노에서 버스로 두 시간을 가야 나오는 모르네제의 시골 소녀 마리아는

뜨거운 열정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물에 물탄 듯한 신앙이 아니라

그야말로 불타오르는 신앙의 소유자였습니다.


성인(聖人)이라면 열정보다는 깊은 내면의 평화를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 열정은 내면의 불순물을 활활 불태워버리기도 하고

연약한 육체를 승화시키는 힘이 되기에 성화의 길에 큰 힘이 됩니다.

마리아는 강렬한 육체적 에너지를 영적으로 전환시키는 데 아주 탁월한 능력을 지니셨더군요.

 

당시 이탈리아 전역에서 이미 유명인사로 통했던 돈 보스코와의 첫 만남 때도

마리아는 그런 열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대도시와는 동떨어져 있던 시골 마을이었지만

그녀는 페스타리노 신부의 지도하에 또래 동정녀들과 의기투합해서

복음 선포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돈 보스코 못지않게 모르네제 소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녀의 순수한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미래에 대해 뚜렷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1864년 어느 날 돈 보스코는 아이들과 함께 모르네제로 소풍을 오게 됩니다.

그때 마리아는 돈 보스코와 첫 대면을 하게 되는데,

그를 보는 순간 그녀는 즉시 확신했습니다.


“저분은 성인이시다! 안심하고 우리의 미래를 맡겨도 될 분이다!”

내면 가득히 신뢰로 가득 차자 조금도 망설임 없이 돈 보스코와 한배를 타게 됩니다.

 

 

돈 보스코의 제안에 따라 즉시 갈 곳 없는 소녀들을 위한 집을 마련했습니다.

그들의 미래를 위해 학교를 짓습니다.

오라토리오를 열어 아이들을 기쁨과 행복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살레시오 수녀회는 살레시오회와 더불어 신속하게 전 세계로 나아가게 된 것입니다.

1872년 살레시오 수녀회가 창설되고 마리아는 초대 총장에 임명됩니다.

 

마리아가 23세 되던 해 모르네제에 장티푸스가 창궐했는데,

가까운 친척들도 여러 명 전염되었습니다.

천성적으로 나 몰라라 하는 성격이 아니었던 그녀는

그들을 지극정성으로 간병하다가 그만 자신도 덜컥 전염되고 맙니다.

겨우 죽을 고비는 넘겼지만 그 후 그녀는 평생 병약한 몸으로 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당시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러했듯이

정식 학교 교육을 받은 바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글을 읽고 쓰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토록 병약하고 교육을 받거나 교육계에 종사한 적이 전혀 없었던 마리아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 수많은 여성 교육 단체 혹은 여성 수도 단체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큰 단체인 살레시오 수녀회의 공동창립자 겸 초대 총장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이 있었는데, 그것은 장상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만큼 그녀는 겸손했습니다.


“원장 수녀님!” 하고 부르던 수하 수녀들에게 틈만 나는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원장 수녀가 아니라 부원장 수녀입니다.

우리의 원장은 성모님이십니다.”

 

 

하느님의 방식을 늘 이런 식인 것 같습니다.

나자렛 산골의 겸손한 처녀 마리아를 하늘의 모후요, 전 인류의 어머니로 들어 높이셨듯이,

모르네제 산골의 겸손한 처녀 마리아를 같은 방식으로

성덕의 정상에로 높이 들어 올리신 것입니다.

 

 

소녀 시절 마리아는 틈틈이 다락방으로 올라가 창을 열었습니다.

그 창을 열면 저 멀리 성당이 바라다 보였습니다.

그녀는 거기서 즉시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얼굴로 성체조배를 하곤 했습니다.


그녀가 습관처럼 열곤 했던 바로 그 창,

발포나스카의 창 앞에서 그녀의 열정과 용기와 열린 마음을 묵상했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



      출처 : 가톨릭 사랑방
      글쓴이 : 수풀孝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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