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품위 있게 살아간다는 것
술을 마셔보니 그렇더군요.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에 꼭 뒤따르는 것이 이성 상실이요 초대형사고입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들이마시지만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들이마십니다.
평소 성인군자처럼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바뀝니다.
갑자기 기고만장해집니다.
평소 마음 속 깊이 담아두었던 분노와 공격성을 아낌없이 표출합니다.
아침에 깨어나 보면 멀쩡한 가재도구가 없습니다.
결국 술로 인해 큰코다치고 풍비박산 난 가정 한두 번 본 게 아닙니다.
그래서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이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인 것 같습니다.
거기에 꼭 뒤따르는 것이 갖은 불평불만이요 험담이요 뒷담화입니다.
멀쩡한 사람들 도마 위에 올려놓고 돌려가면서 난도질합니다.
과도한 음주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로 발전합니다.
이런 면에서 대림시기를 시작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지니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할 덕목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품위’입니다.
과도한 술꾼들을 위해 바오로 사도께서 정확한 처방전을 내려주셨습니다.
“밤이 물러가고 낮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로마서 13장 12~13절)
품위 있게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모습일까, 고민해봅니다.
아무래도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아닐까요?
인간으로서 지니고 있는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상식과 예의범절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
다른 생명체와 인간을 구분 짓는 영혼을 돌보며 살아간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깨어있는 삶이겠습니다.
대림시기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건네시는 예수님의 권고 말씀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니 너희는 깨어있어라.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오복음 24장42~44절)
품위를 상실한 사람들의 모습은 참으로 비참합니다.
이성과 평정심을 상실한 상태이니 행실이 얼마나 기괴하겠습니까?
한 인간 안에 이성과 지성이 사라지고 육체만이 남게 되니 동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고방식이나 행동거지가 유치원생보다 못합니다.
결국 동물적 본능에 따라 행동하게 됩니다.
품위를 상실한 사람들은 깨어있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깨어있지 못한 사람들은 뭔가에 잔뜩 취해 있는 사람들입니다.
뭔가에 잔뜩 빠져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대체로 무엇에 취해 있고 무엇에 빠져있습니까?
술에 잔뜩 취해 있습니다.
재물에 완전 빠져있습니다.
부질없는 명예욕에 취해 있습니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기와 사람들의 박수갈채에 빠져있습니다.
요즘 돌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품위 있는 삶’이 쓰레기 취급당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여기도 쓰레기 저기도 쓰레기, 쓰레기 천지입니다.
저리도 갖은 악취가 진동하면서도 그 냄새를 맡지 못하고
스스로를 더 이상 우아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잠을 못 이루는 시대입니다.
품위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저 착해빠져 정도(正道)만을 걷고 있는 착한 사람들이 모자란 사람 취급당하는 슬픈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살레시오 회원이자 사목자로서 요즘 크게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라가 이 꼴이 되기까지 방관하고 있었던
소극적인 제 모습이 너무나 송구스럽습니다.
몇몇 거짓 예언자들이 잔뜩 뭔가에 취해 있을 때 목숨 걸고서라도 반대의 깃발을 올려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해 크게 후회가 됩니다.
시야를 좀 더 넓혀야겠습니다.
나만, 우리 공동체만 챙기지 말고 고통 받는 이웃도 생각하고,
우리민족도 생각하고 국가도 더 많이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아무리 암울해도 또 다시 교회 전례력으로 새해가 밝아왔습니다.
참담함에도 불구하고 동녘에서는 다시금 해가 떠오릅니다.
힘겨워도 힘을 내야겠습니다.
납득하기 정말 힘든 이 고통스런 현실 앞에 신앙인으로서 각자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을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어디선가 신선한 바람이 불어올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습니다.
어떻게든 툴툴 털고 일어서야겠습니다.
어떻게든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이 참혹한 세상을 견뎌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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