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사순 제3주간 수요일
신명기 4,1. 5-9
마태오 5,17-19
결국 사랑입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이 규칙만큼은, 이 조항만은 꼭 필요하다"며 법을 제정하지만
다들 나중에 후회하기 마련입니다.
최초에는 서로의 편의를 위해, 서로의 유익을 위해 만들어진 내규가
언젠가 두통거리로 남게 되는 것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나 공동체, 집단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
더욱이 특정한 목표를 지닌 공동체라면 함께 살아가기 위한 규칙을 만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희 수도 공동체도 기존에 만들어졌던 생활지침서를 바탕으로
현 시대 상황을 반영해서 새로이 작성했습니다.
새로운 생활지침서를 작성해나가면서 저는 진심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후배들이 어떻게 하면 보다 의미 있는 수도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까? 보다
수도자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 고민하면서 겨우 개정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후배들에게 와 닿는 느낌은 또 그게 아니었던가 봅니다.
너무나 구체적이고 세밀한 내용들,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것들이어서
어린애 취급받는 느낌도 받았던가 봅니다.
제정자의 마음, 의도를 헤아려보면 모든 규칙들은
한마디 한마디 모두 타당하고 옳은 말씀들이지만, 그 규칙을 실천해야할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언제나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것들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법이나 규칙을 대하는 자세도 천태만상입니다.
"큰 일" 나는 것이 아니라면 은근슬쩍 적당 적당히 넘어가는 저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규칙과 위반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번 정해진 규칙이라면 비록 그 법이 조금 미흡하다할지라도
목숨 걸고 지켜나가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으로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이왕 지킬 계명이라면 "왜, 하필 이 따위 계명을 다 만들어 사람 괴롭히지?"
등등의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고 확실히 계명을 준수합니다.
계명을 확실히 준수하는 가운데, 그 계명 안에 깃들어있는 진정한 의미, 교훈을 깨닫습니다.
계명 안에 살아계시는 하느님과 형제의 얼굴을 찾아나갑니다.
이런 사람은 진정 규칙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서 틀 안에 들어가 틀을 깨고 나오는 사람입니다.
법 안에 들어가 법의 틀을 깨고 나오는 사람입니다.
규칙을 지켜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한평생 규칙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고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기보다는 차라리 규칙 안으로 들어가 확실히 규칙을 지킴으로서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노력이 참으로 소중합니다.
사실 이 세상의 모든 규칙을 모두 합하면 단 한가지의 규칙이 남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의 규칙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계명을 모두 합하면 단 한 가지 계명이 남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의 계명입니다.
결국 구약의 모든 율법 조항들은 사랑의 계명을 기본 토대로 하고 있으며,
그 목적은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율법을 준수하면서, 안식일 계명을 지키면서, 금육을 지키면서 단지 규칙을 지켜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서 준수하게 되면 그보다 더 괴로운 일은 없습니다.
결국 사랑이 필요하며 사랑만이 모든 율법의 기본이기에
사랑으로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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