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스크랩]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연중 제16주간 월요일 - 주방 담당 수녀님

maria4759 2018. 7. 23. 01:20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연중 제16주간 월요일


마태오 12장 38-42절

“스승님, 스승님이 일으키시는 표징을 보고 싶습니다.”



주방 담당 수녀님


옛날 한 수녀원에 아주 영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겸손해서 하느님과 직접 통교를 나누는 수녀님이 계셨답니다.


하루는 관할구역 주교님께서 그 소문을 듣고 수녀원을 방문하셨습니다.

주교님 역시 영적으로 탁월하셨을 뿐 아니라 겸손의 덕이 하늘에 닿을 정도였습니다.


주교님께서 대문을 두드리자 젊은 문지기 수녀님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주교님임을 확인한 수녀님은 깜짝 놀라 밖으로 뛰어나왔습니다.

웬일이냐고 여쭙자 주교님께서 이러저러해서 찾아왔는데,

그 겸손하신 수녀님 좀 만나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그 문지기 수녀님, 지체 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 주교님, 제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아셨어요? 바로 저예요.

진작부터 저를 찾아오실 줄 알았습니다.”


철없어 보이는 문지기 수녀님을 보고 주교님께서는 ‘쯧쯧’ 혀를 차셨습니다.

그리고는 원장 수녀님을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


소식 듣고 부랴부랴 뛰어나온 원장 수녀님,

겉만 봐도 원장수녀님이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적이고, 고상하고, 자신감 넘치고, 그래서 약간은 도도한 분위기도 풍겼습니다.


조금 주눅이 드셨던 주교님,

‘이러저러해서 왔다’는 말씀을 전하자 원장 수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교님, 주교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희 수녀회 수녀들, 다들 수준이 높습니다.

누구나 영성이 뛰어나고, 겸손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과 직접 통교를 하지요.

멀리서 찾을 필요 없습니다.

저만 봐도 아실 것입니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저에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자신감에 넘치는 원장 수녀님,

그래서 겸손과는 약간 거리가 먼 원장 수녀님을 보고 주교님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모든 수녀님들을 한 자리에 모아주실 수 있냐’고 부탁했습니다.


모든 수녀님들이 대회의실로 집합하게 되었습니다.

영적독서나 수업, 기도, 묵상에 여념 없던 고상하고 지적인 수녀님들께서

하나 둘 대회의실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분 한 분 수녀님들 얼굴을 관찰하시던 주교님 얼굴은 여전히 실망이 가득했습니다.

아직 그 수녀님을 못 찾았기 때문입니다.

그때였습니다.

수녀님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한 수녀님이 투덜거리며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친구 수녀님 왈: “일단 빨리 와보라니까! 주교님이 모두 다 오라 그랬어.”

해당수녀님 왈: “너나 빨리 가. 적어도 나는 해당사항 없다니까 그래!”


주방 담당 수녀님이었습니다.

입고 있는 수녀복도 여기 저기 낡아 문드러졌습니다.

그것을 꿰맨 자리가 또 터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좁고 더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느라 온몸이 땀으로 다 젖었습니다.


성덕이 뛰어나셨던 주교님이셨기에, 즉시 성덕이 탁월한 상대방을 알아보셨습니다.

주교님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감돌았습니다.

주교님께서 찾던 바로 그 수녀님이었습니다.


비록 배운 것은 없었지만, 그래서 늘 수녀원의 하찮은 일만 골라서 하였지만,

그 수녀님의 얼굴과 몸 전체에서는 성덕의 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면회실에 마주 앉아 그녀의 영성생활을 전해들은 주교님은

‘바로 이 사람이었구나!’하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녀의 소임은 따로 없었습니다.

수녀원 내 굳은 일은 다 그녀의 몫이었습니다.

동료들을 위한 식사준비, 빨래, 하수구 청소, 잡초 뽑기... 그녀의 하루해는 너무나 짧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틈나는 데로 성체 앞에 나아갔습니다.

스프를 올려놓고는 끓기를 기다리며 재빨리 소 성당으로 달려가서 기도했습니다.

빨래를 하는 중에도 입에서는 성모송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음식 맛이 이게 뭐냐’고 동료들이 투덜거릴 때 마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주님께 청했습니다.

맛있게 먹은 동료들의 환한 얼굴을 보며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하루 24시간 모두를 기도 속에 보내는 수녀님을 향해 하느님께서도 빙긋이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토록 겸손한 수녀님으로 인해 흐뭇해지신 하느님께서는 그 보답으로

자주 수녀님 앞에 나타나셔서 위로와 기쁨을 선사하셨습니다.


오늘날 ‘사적계시’, 그에 따른 ‘기적’, ‘특별한 신앙체험’에 대해서 말들이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예수님 시대나 오늘 우리들의 시대나 별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율법학자와 바리사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이런 청을 드립니다.

“스승님, 스승님이 일으키시는 표징을 보고 싶습니다.”


특별한 신앙체험, 기적을 보고 싶다는 말입니다.

사실 특별한 신앙체험, 기적, 사적계시, 하느님과의 통교,

하느님으로부터 전해지는 메시지, 내게 개인적으로 다가오는 하느님의 말씀...

이런 요소들은 신앙인들에게 너무나 필요한 일들이고 신앙생활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사적계시나 기적, 특별한 신앙체험 앞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자세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겸손이요, 교도권에 대한 순명입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개인적으로 특별한 은혜를 허락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을 통해 만사형통하라는 의미일까요?

그것을 통해 한 몫 제대로 챙기라는 뜻일까요?

그것을 통해 내가 얼마나 거룩한 사람인지를 세상 앞에 뽐내라는 표시일까요?

절대 아니리라 저는 확신합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특은을 베푸신 것은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신앙을 더욱 굳건히 하라는 표시일 것입니다.

굳은 신앙을 바탕으로 하느님 나라를 확장하라는 격려의 표시일 것입니다.


더 겸손해지고, 더 강건해져서 하느님을 반대하는 세력과 꿋꿋이 맞서 싸워나가라는

지지의 표시일 것입니다.

더욱 교회에 충실할 것을 요청하는, 더욱 열심히 교회를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가 담겨있을 것입니다.

겸손의 정신과 순명의 덕이 결여된 사적계시나 기적, 특별한 체험은 아주 위험합니다.

교도권이 금지하는 신앙행위는 교회를 분열시키는 독소가 되기도 합니다.

하느님 백성들을 비정상적인 신앙에로 이끌 가능성이 많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



      출처 : 가톨릭 사랑방
      글쓴이 : 수풀孝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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