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건너온 가방을 메고 다니는 아이들이 종종 눈에 띈다. |
오전 8시 30분에서 9시 사이, 톤즈에 가장 활기가 도는 시간이다. 친구와 수다를 떨며 등교하는 아이들로 거리가 북적인다. 한글이 새겨진 가방을 메고 다니는 학생도 눈에 띈다. 심지어 ‘도담도담 어린이집’이라는 글씨가 박혀 있는 노란 어린이집 가방을 멘 아이도 있다. 한국에서 보내온 가방이 꽤 많은 듯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체로 옷차림이 깔끔하다. 톤즈의 모든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건 아니다. 학교 담벼락에 기대 부러운 눈빛으로 교실로 들어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맨발에 하나같이 꾀죄죄한 행색이었다.
▲ 2명이 앉을 책상에 5명이 끼어 앉아 있다. |
▲ 톤즈에는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 여학생 기숙사를 담당하는 까까메가수녀회 콘솔라타 수녀가 거리의 아이들에게 "학교에 나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
교육 필요하지만, 학교는 부족
톤즈에는 살레시오회가 운영하는 ‘돈 보스코 프라이머리스쿨’ (초등학교), ‘돈 보스코 세컨더리스쿨(중ㆍ고등학교)’과 공립학교가 2개 있다. 수업 시작 전 돈 보스코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봤다. 50㎡ 남짓한 공간에 무려 80명이 들어차 있었다. 돈 보스코 초중고등학교에 900여 명이 다니고 있고, 공립학교에서도 비슷한 수의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책상이 부족해 2인용 책상을 4~5명이 함께 썼다. 교과서는 대부분 갖고 있지 않았고, 낡은 노트에 교사의 말을 받아적는 게 전부였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것이다. 교육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 더 많다.
톤즈 중심에 있는 마을에는 학교 건물이라도 있지만, 밥촉(Bobcok), 카파라(Kapara)와 같은 외곽 마을에는 교실이 부족해 수업을 나무 밑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비가 오면 공부할 수 없다. 남수단에는 교사 양성기관이 없어 교사도 부족하다. 케냐에서 교사를 데려오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남수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들은 “아무런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주고, 낙후된 톤즈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부를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이태석 신부는 2007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옛 학교 건물을 수리해 톤즈 최초의 고등학교를 열고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선교사들은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고, 올바른 가치관을 갖게 되면 남자 한 명이 혼인을 십수 번 하고, 고작 소 몇십 마리에 여자가 팔려가듯 시집을 가는 악습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소 때문에 전쟁하고 서로를 죽이는 일도 없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 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아이들이 성장하면 지금도 ‘150년 전’을 사는 톤즈 사람들을 변화시켜 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다.
돈 보스코 중ㆍ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레오(살레시오회, 인도) 신부는 “톤즈는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지만, 교육에 꾸준히 투자한다면 톤즈는 분명히 변화할 수 있다”면서 “늦어도 한 세대가 지난 후에는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가진 지식을 나눠주며 톤즈를 바꿀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약 없는 완공
톤즈에 머무는 동안 세 번의 축복식이 있었다. 살레시오회 톤즈 공동체 원장 존 피터(인도) 신부 주례로 3월 12일에는 ‘돈 보스코 여학생 기숙사’ 터, 13일에는 ‘톤즈 다목적 홀’, 새로운 ‘돈 보스코 초등학교’ 축복식을 했다.
여학생 기숙사는 집이 먼 여학생들을 위한 숙소다. 현재 기숙사가 협소하고 시설이 열악해 살레시오회 톤즈 공동체 소유 대지 안에 새 기숙사를 지을 예정이다. 다목적 홀은 학교, 마을 행사를 열 수 있는 강당이고 돈 보스코 초등학교는 기존 학교 건물을 내년부터 정부가 사용하겠다고 통보해 와 새로 지은 것이다. 다목적 홀과 초등학교는 수단어린이장학회가 건축비 전액을 지원했다.
축복식은 했지만 완공된 건물이 없다. 여학생 기숙사는 아예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고, 다목적 홀, 초등학교는 지난해 외부 공사만 겨우 마친 상태다. 초등학교는 지난해 12월 공사를 마치기로 했지만, 반란군이 점거하는 바람에 늦춰졌다.
비가 계속해서 쏟아지는 우기(6~11월)에는 비포장 길이 거대한 물웅덩이로 변해 차가 아예 다닐 수 없고, 아직 곳곳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있어 건축 자재 운송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워낙 변수가 많아서 이곳에서는 ‘계획’을 세울 수 없다. 그저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피터 신부가 초등학교에서 축복 예식을 막 시작했을 때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톤즈 사람들은 행사 때 비가 오는 것을 축복으로 생각하고 즐거워한다. 피터 신부는 “내가 축복하기 전에 하느님이 먼저 축복해 주셨다”고 기뻐하며 완공을 기원했다.
수단어린이장학회
2007년 설립된 수단어린이장학회는 톤즈의 청소년 교육, 의료 사업을 지원하며 이태석 신부의 활동을 도왔다. 이 신부 선종(2010년) 후에는 지원 범위를 아프리카 전역으로 넓혀 가난한 지역의 교육 시설 건립을 지원했고, 현재는 몽골ㆍ캄보디아ㆍ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 저개발국도 돕고 있다.
열악한 환경의 선교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살레시오회 선교국과 MOU(양해각서)를 체결, 선교국과 함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선교사들을 찾고 있다. 이 신부의 인제대 의대 동기인 안정효(안드레아) 내과 전문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후원 문의 : 02-591-6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