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스크랩] 미풍처럼 다가오시는 하느님

maria4759 2014. 5. 18. 12:01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미풍처럼 다가오시는 하느님

 

 

윤해영 수녀님이 쓰신 「기도바구니」(성바오로 출판사)란 책을 읽다가

참으로 공감이 가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어느날 문득 성가 한 소절에 눈물이 핑 돌고

성서 한 구절에 가슴이 탁 트이는 것을 우리는 경험합니다.

살면서 아주 소중한 체험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체험은 경우에 따라 평생 잊지 못하는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하지요."

 

 

참으로 지당한 말씀입니다.

하느님 섭리는 오묘하기만 합니다.

 

"내가 이 나이에 변해봐야 뭐하겠어?"

"제발 절 그냥 내버려 두세요. 이렇게 살다가 죽게요"

하는 우리 삶에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하느님은 미풍처럼 다가오십니다.

 

 

때로 우연히 발견한 상본 한 장,

거기에 적힌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성서 한 구절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답니다.

 

 

마음이 열린 사람들,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의 순결을 지닌 사람들, 부단히 어제와 결별하고 거듭 길 떠나는 사람들은

아주 쉽게 진리를 터득하며, 진리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갑니다.

 

 

동시, 동요 분야의 탁월한 작사 작곡자께서 이런 글을 쓰신 적이 있습니다.

산을 오르시다가 길섶에 핀 아주 작은 풀꽃,

보일락말락한 노란 풀꽃 한 송이를 발견하셨는데,

 

그 꽃이 너무 예쁜 나머지 땅바닥에 엎드려서 자세히 바라보니,

그 작은 풀꽃 안에 하느님이 계시고,

그 작은 풀꽃 안에 우주의 모든 이치가 다 들어있더라는 말씀.

 

워낙 영적으로 사시고, 또 맑은 정신과 티 없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는 분이다보니

그런 체험을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란 것은 때로 이렇게도 다가온답니다.

아주 작은 사건을 통해, 스쳐지나가는 말 한마디, 시 한 구절과 만남을 계기로 깨달음은 시작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필요한 노력이 보다 단순해지려는 노력,

맑은 정신과 깨끗한 마음을 지니려는 노력,

작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인 것입니다.

 

 

영혼이 담긴 시선으로, 마음의 눈으로 이웃을 바라볼 때,

십자가의 원천이던 형제는 어느새 사라지고,

행복의 원천, 기쁨의 원천, 은총과 축복의 원천인 형제가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진리를 깨달음에서 오는 결실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마음은 마치 절벽 앞에 선 듯한 느낌이셨으리라 여겨집니다.

그토록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고 또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또 다시 이렇게 묻습니다.

 

"주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무엇이 진리인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누가 메시아인지,

누구를 따라가야 하는지, 어디에 목숨을 바쳐야하는지 그렇게도 열심히 교육시키셨건만

아직도 분위기 파악이 덜된 제자들이었습니다.

 

 

아직도 신앙의 눈을 뜨지 못해 갈 길이 멀었던 제자들,

그래서 인간적 잣대로만 예수님을 바라보는 제자들이었기에 구세주를 바로 눈앞에 두고도

이런 어리석은 질문을 던집니다.

 

 

"주님, 저희에게 아버지를 뵙게 하여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너무도 안타까웠던 예수님은 이렇게 탄식하십니다.

"내가 이토록 너희와 같이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단 말이냐?"

 

이제 때가 다 되어 곧 떠나가실 주님이셨기에,

아직 '덜 떨어진' 제자들 모습에 아쉬움을 감추실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강조하고 설득해도 영적 눈을 뜨지 못한 제자들이었습니다.

아직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제자들이었습니다.

너무도 서글프셨던 예수님 마음을 느껴봅니다.

 

 

어떻게 해서든 제자들과 백성들을 죽음의 길에서

생명과 진리의 길로 돌아서게 하시려는 예수님 마음,

어떻게 해서든 깨닫게 해서 죽음에서 돌아서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시는

예수님의 애타는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이번 한 주간 보다 단순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어린이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우리 시선이 조금씩 정화되겠지요.

인간적 눈, 세속적 눈을 조금씩 감게 될 때, 영적 눈, 순수하고 맑은 눈, 신앙인의 눈,

관상가로서의 눈, 예수 그리스도의 눈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화된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 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가톨릭 사랑방 cafe.daum.net/catholicsb

       

    출처 : 가톨릭 사랑방
    글쓴이 : 수풀孝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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