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진리이신 성령이여, 오십시오
언젠가 소년원에 미사를 봉헌하러 갔을 때 일입니다.
오랜 만에 만난 아이들이었기에 너무나 반가워서 서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꽃피는 봄날, 한참 꽃처럼 피어나야 할 아이들이
내면에 가득 차 있는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한 채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몹시 아파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여전히 변화되지 않은 녀석들의 모습들,
미사 때도 전혀 협조하지 않고 옆 친구들과 티격태격하는 녀석들,
침까지 흘리며 곤히 자는 녀석들,
여전히 '쫀쫀하게' 간식 때문에 싸우는 녀석들 모습에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습니다.
겨우 겨우 미사를 끝내고 나서 자원봉사자 어머님들께서 정성껏 준비해온 간식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수사님들이 준비한 재미있는 프로그램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덧 작별 순간이 오더군요.
또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를 아이들이기에 아이들 한명 한명을 붙들고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형편이 못되었기에 집회시간이 끝난 후 저는 출입문 앞에서 섰습니다.
다시 생활관으로 돌아가는 아이들과 짧게나마 인사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집회 시간이 많이 지체된 까닭에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동시에 우르르 출입문 쪽으로
몰려나왔습니다. 그 때문에 대다수 아이들과는 눈길도 한번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단지 몇몇 아이들과만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소년원 운동장을 걸어 나오면서 미처 인사를 나누지 못한 아이들 한명 한명의 얼굴들이 떠올라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일순간에 우르르 몰려나가는 바람에 미처 쓰다듬어주지 못한 많은 아이들의 머릿수,
그러나 중과부적인 두개뿐인 제 손을 생각하며 새삼
'협조자이신 성령'의 중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아이들 한명 한명을 친자식처럼 여기고
그들과 진정한 부자(父子)지간처럼 지내고 싶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도저히 그럴 형편이 못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존재가 협조자인 것입니다.
마찬가지 논리가 성삼위 안에서도 적용됩니다.
가슴마다에 깊은 상처 하나씩 안고 밀려드는 백성들의 수효를
예수님께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제 사명을 완수하신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께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존재가 바로 협조자이신 성령인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예수님의 가장 첫째가는 협조자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손이 두개뿐인 관계로 예수님을 대신해서
우리 각자의 지친 인생길을 어루만져주시는 분,
우리 각자의 찢긴 마음을 싸매 주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당신의 첫째가는 협조자 성령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당신이 비록 떠나가시지만,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들을 고아처럼 내버려두지 않으시고
당신 성령을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성령은 생명을 우리에게 부여하는 '하느님의 숨', '하느님의 입김',
'하느님의 바람', '하느님의 힘'이십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힘은 또한 오랜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시는 힘이자
예언자들을 움직이는 힘이었습니다.
또한 성령은 지상에서 예수님 삶 전체를 인도해주신 협조자이자 교회 탄생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를 새롭게 하시고 우리를 하느님 아버지께로 인도해 주십니다.
오늘도 진리의 성령께서는 척박한 우리 안에 회심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며
사랑의 기적을 계속하고 계십니다.
구제불능처럼 보이는 인간 안에서도 결정적인 '삶의 전환',
하느님을 향한 '방향 전환'을 가능케 하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예수님과 일심동체이시며 예수님의 또 다른 현존방식이신 성령이여, 오십시오.
오셔서 이 쓰라린 마음들과 방황하는 어린 영혼들을 위로하여 주십시오.
우리가 협조자이신 성령께 마음을 열어 비본질적이고 부차적인 가치관들,
육의 행실들을 포기하고 보다 본질적 가치들인 성령의 열매를 지속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성령이여, 오십시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가톨릭 사랑방 cafe.daum.net/catholic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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