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스크랩]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연중 제31주간 월요일 - 채워져 있어야

maria4759 2016. 10. 31. 01:27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연중 제31주간 월요일




채워져 있어야

 

 

바람직한 영성생활, 복음서가 요구하는 신앙생활이 어떤 것인가 묵상하던 중에

여러 신앙의 선배들께서 강조하셨던

“기도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받은 충만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내가 체험한 강렬하고 뜨거운 하느님 사랑이

자연스럽게 동료 인간들을 향해 흘러가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영성생활이요 참된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이 아닐까요?

 

예수님께서 요청하시는 사랑은 곰곰이 생각해보니

통합된 사랑, 조화가 이루어지는 사랑이더군요.

하느님 사랑 따로 이웃 사랑 따로가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 사랑의 실천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그런 사랑 말입니다.

 

눈에 보이는 이웃들을 바라볼 때 허물과 죄 투성이인 인간 존재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나약한 인간 존재 안에 현존하고 계시는 하느님의 얼굴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형제들과의 때로 구차스런 일상생활을 살아나갈 때조차도

그 관계 안에서 거룩한 하느님의 얼굴을 발견해나가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 안에서, 거룩한 성사 안에서, 엄숙한 전례 안에서도

동료 인간들, 특히 고통 속에 신음하는 이웃들을 생각해야할 것입니다.

 

구약 시대 전체의 결론은 결국 하느님의 한없는 자비요 사랑입니다.

복음서의 요약 역시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우리 인간을 향한 연민의 마음이요

목숨까지 내어놓는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인류에게 남겨주신 유일한 유언 역시 사랑입니다.

 

결국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지는 매일의 과제이자 평생의 숙제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부단히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향해 발돋움하는 노력,

우리가 받은 놀라운 하느님 은총과 사랑을 배경으로 동료 인간들을 향해 손을 내밀어주는 노력,

그리고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결핍 투성이인 나 자신을 향한 연민의 마음...

 

언젠가 여름 캠프에 온 청소년들을 위해 배식을 해줄 때였습니다.

길게 줄을 선 청소년들이 식판을 들고 제 앞으로 다가오면

큰 가마솥으로부터 한 국자씩 퍼 담아줬습니다.

야외 체험 학습을 열심히 하고 온 뒤라 다들 배가 고팠던지 많이 달라고 했습니다.

 

손이 워낙 큰 저이기에 ‘오냐, 그래 많이들 먹어라’하며 팍팍 퍼줬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 문제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앞에 아이들에게 너무 팍팍 퍼주는 그 많던 국이 순식간에 바닥나고 만 것입니다.

결국 나중에 온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퍼줄 국이 없어 난감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란 그릇에 뭐든지 가득 담겨 있어야 그것을 동료 인간들에게 나눠줄 수가 있습니다.

내 안에 하느님 사랑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데,

내 안에 든 것이 없는지, 내 머릿속이 텅텅 비었는데, 내 영혼이삭막한데,

무엇을 이웃들에게 나눠줄 수 있겠습니까?

 

이웃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나눠주고 싶습니까?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하느님의 따뜻한 위로와 충만한 은총을 건네주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다른 무엇에 앞서 나 자신을 하느님 사랑으로 가득 채워야 합니다.

내 내면, 내 영혼, 내 정신을 하느님 연민과 자비의 마음으로

충만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



      출처 : 가톨릭 사랑방
      글쓴이 : 수풀孝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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