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스크랩]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사순 제5주일 - 한 알 밀알이 된다는 것

maria4759 2018. 3. 29. 04:29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사순 제5주일

복음 : 요한 12,20-33


한 알 밀알이 된다는 것


요즘 일본에서 '밤의 선생님'으로 유명한 미즈타니 오사무 선생님의 체험을 다룬 책

「애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를 감명 깊게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던지시는 한말씀 한말씀이 제게는 너무나 감명 깊고 소중해서

마치 착한 목자 예수님 말씀을 듣는 듯합니다.

살아있는 돈보스코 음성을 듣는 듯합니다.

"교사 생활 21년 동안 꼭 한가지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한 번도 학생을 야단치거나, 때린 일이 없다는 점이다.

나는 학생들을 절대 야단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모두 '꽃을 피우는 씨앗'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처 꽃피우지 못한 씨앗들을 만나기 위해 나는 오랫동안 밤거리에서 살았다.

그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그저 그들 옆에 있고 싶었다."

고된 하루 일과가 끝나면 미즈타니 선생님은 어김없이 밤거리로 나섭니다.

선생님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내가 보기에 밤거리를 헤매는 아이들도 역시 사랑스런 아이들이다.

따스한 태양빛이 비추는 밝은 세계에 사는 어른들이 매정하게도 그 아이들을

더욱 어두운 밤의 세계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입고 슬퍼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내 사랑스런 아이들이 있는 밤거리로 들어서고 매일 그들을 만나고 있다."

한 아이가 선생님께 묻습니다.

"미즈타니 선생님,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씀이 뭔지 아세요?"

"몰라, 그게 뭔데?"

"'괜찮아!'예요. 선생님의 그 '괜찮아' 때문에 우리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잖아요.

선생님의 '괜찮아!' 때문에 저희가 구원받았어요."

경찰에 붙잡혀 있을 때 선생님께서 면회오시자마자 뭐라고 하셨는지 아세요?

"뭐라고 했는데?"

"'괜찮다. 할 수 없지. 이미 저지른 일인데'

저희에겐 그 한 말씀이 정말 컸지요."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왜 그랬니?' 라고 다그치기보다

'괜찮아!' 하고 던진 그 말 한 마디는 수많은 밤거리 아이들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오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약물이나 폭력에서 아이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조직 폭력단 사무실까지도

스스럼없이 찾아가십니다.

급기야 선생님은 조직폭력배들에게서 한 아이를 빼내려고 자신의 손가락 하나를

잘라내야만 했습니다.

'한알 밀알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선생님은 온 몸으로 보여주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머지않아 세상과 인류 구원을 위해

기꺼이 땅에 떨어져 죽는 한알 밀알이 될 것임을 암시하십니다.

또한 우리도 당신 모범을 따라 자기희생과 헌신의 삶을 살라고 초대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사제서품을 준비하던 피정 때 두고두고 묵상하던 시(詩)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김용석 시인의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입니다.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무에게 주고 꽃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가을이 오면."

사제서품식 핵심에 후보자들이 바닥에 엎드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참으로 의미 있는 몸짓이지요.

또 다른 생명의 탄생을 위해 자신을 남김없이 내어놓는 꽃처럼 살겠다는 다짐의 표현입니다.

더 많은 결실을 위해 기꺼이 땅에 떨어져 죽는 한알 밀알이 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세상에 죽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살겠다는 맹세입니다.

교회 공동체 가장 밑바닥에 서서 섬김과 봉사의 삶을 살겠다는 공적 약속입니다.

'밤거리'라는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상처 입은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한알 밀알이 되신 미즈타니 선생님의 삶,

그 어떤 보상도 기대하지 않고 그저 아이들이 좋아서, 한 아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고달픈 몸을 이끌고 위험한 밤거리를 떠도는 미즈타니 선생님의 삶,

남아있는 제 사제생활의 이정표로 삼고 싶습니다.

신앙인에게 있어 인생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자신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때입니다.

나와 남이 하나가 될 때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웃을 향할 때입니다.

사심 없이 이웃에게 선행을 베풀 때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땅에 떨어져 죽는 한알 밀알이 될 때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가톨릭 사랑방 catholicsb



      출처 : 가톨릭 사랑방
      글쓴이 : 수풀孝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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