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누가?

maria4759 2014. 7. 18. 19:13

 

몇 일 전 집으로 오는데

목련이 이제 막 필 준비를

하고 있길래 남편에게

작년처럼 사진 찍어야겠다며

몇 일 기다리기로 했다

오늘 아침 운동 다녀오면서

기쁜 마음으로 폰을 꺼내 들었는데

눈을 의심했다

목련이 내 키만한 작은 나무였는데

목련 봉오리가 천식에 좋다는 것 때문에 그 나무는 봉오리 하나

남기지 않고 누군가가 다 따버렸다

그야말로 겨울 가지처럼 앙상하다

자세히 보니

옆의 아름드리 목련나무도

키 닿는 곳의 꽃들은

하나도 없다

아무리 약이 된다고한들

그렇게 인정사정 없이

다 꺽어버리는 몰상식에

가슴이 아팠다

목련나무의 슬픔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될까

두렵다

큰 나무에서 솎아내기하듯

몇 개 딴다고해서

티도 안나겠지만

그 나무의 꽃봉오리는

내가 서서 셀 수 있을 정도인데

가슴이 먹먹하다.

봄이 아프다

혼절해 누워버린

저 여린 목련을

누가 위로해줄까?

꽃바람일까?

꽃 지고 난 후

돋아나는 잎일까?

잎도 혼란스럽겠지

너무 불쌍하고 초라해보여

나무를 폰에 담지 못했다

은행 창의 시트지가 배경이 되어

찍었던 작년의 목련이다

자세히 보면 시트지 안에

자동차가 보인다

 

나쁜 사람들!

출처 : 그리움의 물꼬
글쓴이 : happysoon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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