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루카 10장 1-9절
“수확할 것은 많은 데 일꾼은 적다.”
그저 황량한 빈 들판 위해 홀로
오늘 초대 교회 두 주교님의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날 주교님들의 모습을 떠올리시면 큰 오산입니다.
그들에게는 주교좌 대성당도 없었습니다. 주교관도 없었습니다.
잘 정비된 교구 조직도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양떼들도 없었습니다.
그저 황량한 빈 들판 위에 홀로 서있었습니다.
그들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다가오는 목숨의 위협, 계속되는 박해, 끊임없이 다가오는 환난 가운데
힘겨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초대교회 신자들과 더불어 고뇌와 방황을 거듭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두 목자는 용감하게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들은 목숨을 걸고 복음을 선포한 것입니다.
이들은 오로지 복음만 믿었고, 복음에만 의지했으며, 복음만을 살았으며,
복음만을 최고 가치로 여겼습니다.
그 결과 복음의 권고에 따라 자신들에게 맡겨진 양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정도였습니다.
이런 참 목자 앞에서 양들 역시 극진한 존경과 사랑을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주어지는 첫째가는 사명이자 의무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그렇게 사랑하고, 매료되고, 깊이 푹 빠진 예수님의 존재를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퍼트리는 일이겠지요.
그분 가르침의 핵심인 사랑과 겸손, 그분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정의와 평화를
이 세상에 구현하는 일이겠지요.
바오로 사도는 초세기 교회 공동체 신자들을 위해 여러 편지들을 썼는데,
그중에 ‘사목서간’으로 분류되는 편지가 3통 있습니다.
티모테오 주교에게 보낸 편지 두통과 티토 주교에게 보낸 편지 한통이 그것입니다.
이 편지들은 오랜 사목경험을 축척한 영적 아버지 바오로가 이제 세상을 떠나기에 앞서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사목 노하우를 전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서간들은 바오로 사도가 투옥된 이후 집필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기저기 너무나 눈물겨운 사연들도 눈에 띱니다.
바오로 사도는 연세가 드신 상태에서 투옥되었습니다.
무수한 전도여행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으며, 건강은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자신이 설립한 여러 교회가 잘 성장해나갔으면 희망했지만, 그것 역시 여의치 않았습니다.
당장이라도 사분오열을 겪고 있는 교회로 달려가 보고 싶었지만 투옥된 상태에서
그것 역시 불가능했습니다.
한번은 로마 감옥의 냉기가 얼마나 뼛속까지 파고들던지 바오로 사도는 티모테오에게
자신이 깜빡하고 트로아스에 두고 온 겨울 외투를 좀 가져달라고 당부까지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영적 아들이자 동료 주교인 티모테오와 티토에게 편지를 쓴 것입니다.
편지에는 제자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어쩌면 이 편지들은 바오로 사도께서 우리들에게 남긴 유언과도 같은 말씀입니다.
참된 믿음의 아들 티모테오는 바오로 사도의 제자이자 충실한 동료였습니다.
그는 바오로 사도의 두 번째 전도여행 때 동행했습니다.
바오로는 여러 측면에서 선교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했던 티모테오를
자신의 여행 동반자로 선택합니다.
그는 몸도 약할 뿐만 아니라 겁도 많았으며 도전정신도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교의 박해자이며 한없이 부족했던 자신을
이방인의 사도로 뽑아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회상하며 나약한 티모테오를
자신의 동반자로 선택한 것입니다.
특별히 티모테오에게는 몹시 근심스런 말투로 권고한 것을 봐서 당시 그는 아직 젊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주 흔들렸고 나약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치 자상한 아버지가 여리고 부족한 아들에게 타이르듯 하나하나 가르칩니다.
“형제여, 교회의 지도자로서, 선교사로서 다른 무엇에 앞서 신자들의 모범이 되십시오.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에 충실하십시오.”
특히 티모테오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는 이제 죽음을 눈앞에 둔 바오로 사도가
로마의 감옥에서 쓴 편지로 제자들에게 던지는 고별사와도 같은 성격을 띱니다.
비록 바오로 사도 자신은 이제 늙었고, 힘도 없으며, 더욱이 옥에 갇히기까지 했지만
최선을 다해 달릴 길을 다 달린, 그래서 이제 곧 영광의 월계관을 받아쓰기 직전의
마라톤 선수처럼 감격에 차 있습니다.
이제 골인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피를 희생 제물로 바칠 환희의 순간을 기다리는
가슴 설렘이 감동적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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