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
복음: 요한 복음 11,1-45
펄럭이는 만장들과 요령소리 울리며 소리를 메기던 상여소리꾼과 화사하게 꾸며진 꽃상여
그리고 곡을 하며 그 뒤를 따르던 집안 어르신들.
지천명의 나이에 이른 지금까지도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선한 ‘죽음’에 대한 생애 첫 기억인 조부님의 장례.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도 더 뚜렷한 기억은 천붕의 슬픔을 가눌 길 없어 하염없이 흘리시던
아버지의 눈물입니다.
죽음 앞에서 슬퍼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가장 가까운 벗인 라자로의 죽음과 이를 슬퍼하는 마르타와 마리아로 인하여
슬픔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러나 라자로를 향한 그분의 뜨거운 사랑과 그의 누이들에 대한 깊은 연민의 정은
죽은 라자로를 살리게 하는 새 생명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라자로의 부활사건에서 복음사가 요한은 예수님을 죽음의 승리자로 소개합니다.
또한 예수님을 위협하는 죽음과 라자로를 부활시키는 생명의 소명을 대비시키면서
예수님이야말로 진정 부활이시며(요한 11,25),
이제 곧 벌어질 그분의 죽음은 궁극적 죽음이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비극이 세상을 구원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합니다. 그것은 죽음의 땅에 생명이 싹트게 하고,
어둠에 갇혀 슬퍼하는 영혼을 부활의 빛으로 채워 줍니다.
라자로에 대한 사랑이 그를 부활시켰듯이 세상을 향한 주님의 사랑은 당신의 부활을 통해
죽음이 마지막 말이 아님을 알려 줍니다.
사랑 자체이신 주님께 두는 희망만이 우리에게서 슬픔의 눈물을 거두게 하고
부활의 삶을 체험하게 할 것입니다.
안융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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