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해체 (1)
- 안젤름 그륀
묵상은 시간의 해체(사라짐)이다. '
수도승 작가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는 묵상을
말이 없는, 상상이 없는, 생각이 없는 기도라 한다.
우리의 생각은 시간 속에서 진행된다.
말은 시간이 필요하다.
묵상은 모든 것이 하나라는 경험,
즉 내가 하느님과 하나라는 경험이고,
내가 나 자신과 하나라는 경험이다.
하나가 되는 그 순간에
모든 대립적인 것들이 붕괴된다.
이것이 니콜라우스 쿠자누스 추기경(15세기)이 말하는
‘대립의 붕괴coincidentia oppositorum’이고,
하느님의 본질이다.
묵상을 하는 순간에는 과거와 미래가 무너진다.
묵상은 현재 그 자체의 순간이다.
나는 지나간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미래의 것을 계획하지 않는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걱정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묵상을 하는 순간에는 모든 걱정이 사라진다.
그때 나는 고유하고 본질적인 것을,
하느님을 만진다.
하지만 나는 하느님을 상상하지 않는다.
묵상은 한마디로 ‘하나되기’의 경험이다.
나는 정해진 그 무엇을 보지 않는다.
나는 관통하여 보고, 바닥을 본다.
갑자기 모든 것이 분명해지고, 모든 것이 해명된다.
그리고 나는, 내 마음의 심연에서는,
모든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인생에서 많은 것이 파괴되었지만
그리고 지금 내가 내 안에서 혼돈을 느끼고 있지만,
깊은 곳에서는 모든 것이 좋다.
- '시간 밖에 계시는 하느님' 중에서
가톨릭 사랑방 cafe.daum.net/catholic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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